나무에 관한 좋은 시/나무 by류시화/나무에 대하여 by정호승/나무의 철학 by조병화/겨울나무와 햇살 by정연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까운 산으로 가볍게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언제 가도 묵묵히 맞아주는 나무들은 얼룩진 사람들의 마음을 닦아주고 상처 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아직 초록이 물들지 않은 잿빛의 나무들이 조만간에 다시 오면 그때는 옷색깔이 달라져 있겠지요.
오늘의 나무에 관한 좋은 시들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좋은 시
1. 나무 / by류시화
2. 나무에 대하여 / by정호승
3. 나무의 철학 / by조병화
4. 겨울나무와 햇살 / by정연복
1. 나무 / by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2. 나무에 대하여 / by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3. 나무의 철학 / by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일 한두 가지겠는가.
4. 겨울나무와 햇살 / by정연복
끝없이 이어지는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빼빼마른 겨울나무에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잔뜩 움츠려들어
꿈쩍도 않고 있었던
앙상한 빈 가지들
부스스 기지개를 편다
봄기운 머금은
좋은 햇살을 받았으니
나무는 있는 힘을 다해
연둣빛 새 봄을 낳고야 말 거다.
♣ 앙상한 빈가지에 초록이 움틀 수 있을까.. 빼빼마른 겨울나무가 연둣빛 새 봄을 낳는 날, 세상은 온통 초록축제의 장으로 바뀌겠지요.
삭풍과 설풍의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무성한 초록으로 그늘을 만들고, 쉼터를 만들고,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드는 마술로 세상은 경이로워집니다. 나무는 정말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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