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7월 by목필균/7월의 기도 by윤보영/7월에 꿈꾸는 사랑 by이채/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by이해인
장맛비가 잠시 멎은 요 며칠은 반팔도 거추장스러워 민소매를 찾게 되네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만 찾게 되고, 차가운 음료에 손이 많이 가는 요즘은 손꽁꽁 발꽁꽁 겨울이 그리워집니다.
그래도 이열치열이라고 따스한 음식으로 몸보신도 해가면서 점점 더 무더워질 여름나기를 잘해야겠습니다. 7월의 문을 열면서 7월에 관한 좋은 시 4편으로 새로운 한 달을 또 시작해 봅니다.
좋은시
1. 7월 / by목필균
2. 7월의 기도 / by윤보영
3. 7월에 꿈꾸는 사랑 / by이채
4.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by이해인
1. 7월 / by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2. 7월의 기도 / by윤보영
7월에는
행복하게 해 주소서
그저 남들처럼 웃을 때 웃을 수 있고
고마울 때 고마운 마음 느낄 수 있게
내 편 되는 7월이 되게 해 주소서
3월에 핀 강한 꽃은 지고 없고
5월의 진한 사랑과 6월의 용기 있는
인내는 부족하더라도
7월에는
내 7월에 남들처럼
어울림이 있게 하소서
남들보다 먼저 나오는 말보다는
가슴에서 느끼는 사랑으로
어울림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
내가 행복한 만큼
행복을 나누어 보내는
통 큰 7월이 되게 해 주소서
3. 7월에 꿈꾸는 사랑 / by이채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뿌리가 있고
이름 모를 들꽃에도
꽃대와 꽃술이 있지요
아무리 작은 존재라 해도
갖출 것을 다 갖춰야 비로소
생명인 걸요
뜨거운 태양 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소박하게 겸허하게 살아가는
저 여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견딜 것을 다 견뎌야
비로소 삶인 걸요
대의만이 명분인가요
장엄해야 위대한가요
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나요
저마다의 하늘을 열고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
그 어떤 삶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걸요
아울러 세상을 이루는 그대들이여!
저 풀처럼 들꽃처럼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무엇 하나 넉넉하지 않아도
이 하루 살아 있음이 행복하고
더불어 자연의 한 조각임이
축복입니다
4.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by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한 해의 반환점이네요. 1월을 출발했던 순환열차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서 가고 있습니다. 반환점은 초록이 무성하고 태양은 강렬해서 대지가 뜨겁습니다. 폭우가 폭염을 쓸어갈까요? 폭풍이 폭염을 날려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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