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6월의 시 by이해인/6월에 꿈꾸는 사랑 by이채/6월에는 by나명욱/6월 by김용택
봄날의 연두빛이 이제는 초록으로 무성한 6월입니다. 여름으로 한발짝 성큼 다가서면서 이마와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방울도 자주 맺힙니다.
손부채로 땀방울 식혀가며 6월의 출발선에서 6월에 관한 좋은 시 4편으로 새로운 한 달을 또 시작해 봅니다.
좋은시
1. 6월의 시 / by이해인
2. 6월에 꿈꾸는 사랑 / by이채
3. 6월에는 / by나명욱
4. 6월 / by김용택
1. 6월의 시 / by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 밝아져라, 맑아져라 수줍은듯 붉게 물든 장미가 걸어주는 음성에서 행복이 절로 피어나 미소짓게 합니다.
2. 6월에 꿈꾸는 사랑 / by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뿐이라 할까
♣ 가끔은 사는 게 바빠서 계절을 잊고 나이를 잊기도 합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어 생각이 시간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정신 차려 눈떠보니 여름의 문턱이고, 고개 돌려 뒤돌아보니 젊음은 저만치 달아나 있습니다.
3. 6월에는 / by나명욱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 달리고 뛰기만 하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너무 빠르게만 왔다면, 이제는 하늘도 올려다 보고 바다도 내려다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 봅시다. 쉼터가 보이면 쉬기도 하면서 멍때리는 시간도 가져봅시다.
4. 6월 / by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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