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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by용혜원

노마드나짱 2022. 2. 28. 00:50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1

 

거리를 걷다가 마음이 울적해지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혼자 왠지 쓸쓸해서
마음속 고독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한 잔의 커피에
음악과 낭만과 사랑이 흐르고
우리들의 삶이 흘러갑니다.

언제든 어느 때나 원한다면
당신과의 만남을 위하여
시간을 비워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산다는 게 다 그렇지만
허망함에 속이 타 견딜 수 없고
외로움이 숨통을 조이면 만나야 합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지만
엇갈림이 있으면 이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목마르고 늘 칼칼한 세상
오랜만에 커피 한잔 나누며
그동안 다하지 못한 우리 이야기를 나눕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2

 

뻔한 세상 뻔하게 사는 게 삶이라 하지만
낭만과 여유도 있어야 살맛이 나지 않습니까
바쁘다 정신없다 혼자 갈팡질팡하지 말고
비웃음으로 회피하며 힘들다 말하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이 넓은 지구상에서 얼굴 마주하고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
허물없이 여유롭게 웃어줄 사람
몇 명이나 됩니까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3

 

만나고 헤어지며 사는 세상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그리 가까운 사람도 사실 많지가 않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자'라는 말만큼
허망한 말이 또 있겠습니까
인사말처럼 스쳐가지 말고
진짜 만나고 싶으면
오늘 지금 당장 만나야 합니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눈물로 얼룩진 세월
웃음으로 떠나간 세월
모두가 살아온 날들
속 깊은 정 털어놓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살맛 나는 일이 아닙니까

아무 쓸데없는 헛된 것에 붙잡혀
걱정하거나 목숨 걸지 맙시다.

못 견딜 만큼 힘들 때
마음이 구멍 난 벌집 같을 때
이유를 묻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4

 

곡절 많고 한 많은 세상 살다 보면
뼛속까지 외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
혼자 고독한 척하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허망한 세월
속이 바짝 마르고 몸짓조차 쓸쓸한 날에
우리 커피 한잔 하며
허망한 시간을 잠깐이라도 붙잡아봅시다.

삶이 신통치 않고
짜증 나고 속 터지고 골치가 아프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가슴 골짝에 쌓이는 근심이
여린 마음을 자꾸만 헐어내고
못 견디게 그리움이 몰려오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쓸쓸할 때, 고독할 때, 허무할 때
음악을 들으며 신세 한탄도 하고
너스레도 떨고 불평도 늘어놓다 보면
다시 삶을 살아가는 재미도 생기겠지요.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5

 

이따 거기서 만납시다.
그 커피전문점 알지요
지난번 우리가 만났던 그곳입니다.

한 차례 비가 내리고 나면
들풀도 풋풋한 소리를 내듯이
삶이 건조해질 때면
애꿎은 가슴만 갈아엎지 말고
우리 가볍게 만나서
커피 한 잔에 마른 목을 축입시다.

당신은 진한 맛을 좋아하니 블랙커피
나는 뜨거운 심장을 식히기 위해
얼음 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겠습니다.

조금 이따 만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6

 

삶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외출입니다.
조급증이 나도 느긋하게
화가 나도 너그럽게
그냥,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세상일이 성질대로 되지 않고
성급하면 넘어지고
화를 내면 스스로가 괴로운 법이니
그냥,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고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고
일하기도 싫거든
그냥,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7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때
온몸이 타들어갈 때
서둘러서 마음 문 닫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고독이 목구멍에 가득 차고
아픔이 손톱 끝을 찌를 때에도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알 때가 올 것이니
잿빛 세상 배회하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8

 

마음의 변두리까지 고독에 잠식당하고
삶에 허기가 느껴진다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강퍅한 세상에서 버티기도 힘든데
해묵은 일들까지 찾아와 흔들어댄다면
서럽다 울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서러운 이유
고독한 이유
외로운 이유
살다 보면 다 있는 것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일
비참하다 울지 말고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커피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설움이 씻길 정도로
기분 좋은 일들도 있었다는 걸
다시 알게 될 것이니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9

 

무너진 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쓰러지고 넘어진 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메마른 마음 적시고 싶으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남들은 다 괜찮은데
왜 나만 시퍼런 칼날 위에 사는 것처럼
힘들까 생각이 든다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아귀처럼 아등바등 살아보아야
결국에는 빈손인데
뭣하러 욕심을 내고 살겠습니까

한없이 밀려오는 세월 속에
절박한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으니
끈질긴 희망 하나씩 갖고 사는 것입니다.

비굴함을 털어버리고 싶다면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용혜원님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의 시를 읽고 저도 커피 한 잔 하고 잠들어야겠습니다.
외로움도 서러움도 근심도 고독도 뜨거움에 다 녹아버릴테니까요.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 합시다 / by 용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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