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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사람의 됨됨이 by박경리/마스크와 교통카드

노마드나짱 2022. 2. 26. 20:48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버스를 타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날씨가 괜찮아서 지하로 내려가기 싫은 날에는 버스를 탑니다. 출근시간대가 대부분 비슷해서 버스에는 승객들이 제법 있습니다.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겨우 붙잡고 올라타는 한 고등학생의 등교는 시간이 좀 늦어 보였습니다. 교통카드를 꺼내 버스비를 결제하려는 학생의 표정이 당혹스러워 보입니다. 교통카드가 없음을 행동으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기사님 교통카드 두고 와서 버스에서 내릴게요~ 하며 올랐던 버스에서 다시 내리려는 학생을 붙잡으며 옆의 한 어머님께서 대신 버스비를 결제해 주셨습니다. 아침의 등교시간이 많이 여유롭지 않음을 자녀를 키워보신 어머님은 충분히 그 상황의 학생 마음을 아신 거겠지요. 고마움, 부끄러움, 창피함 등 얼굴색이 빨갛게 변하는 그 학생의 복합적인 마음이 충분히 읽어지더군요. 그러면서 얼마나 안도가 되었을까 하는 마음이 지켜보는 제게까지 전달되어 제 자신의 마음이 더 편안해지더군요.

 

 


 


코로나 초기 발발했을 때 버스나 택시 승차 시 마스크 미착용으로 승차 거부하는 기사님과 승객의 실랑이가 참 많았었지요. 지금은 마스크가 생활화되었지만, 초기에는 마스크를 잊고서 승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출근 버스에 올라타고 마스크 착용하라는 기사님의 말에 가방 속 마스크를 꺼내려는 여성 승객~ 앗차! 하며 마스크를 잊고 안 챙겼다며 손수건으로 대신하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네요. 단호한 거절과 함께 기사님은 버스를 다시 세운 뒤 여성 승객에게 내리라고 하는데 옆의 아주머니께서 가방 속의 여유분 마스크를 건네주시더군요. 그때는 마스크를 약국에서 줄 서서 2매만 사던 귀한 때라 아주머니의 베풂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를 같이 지켜본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도 같은 감동을 느꼈을 겁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해갈수록 베풀며 살자고 다짐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고, 후함은 낭비가 아닐진대 말입니다. 꼭 물질적인 베풂이 아니더래도 마음으로의 베풂 실천으로, 또 큰 베풂이 아닌 작은 베풂이라도 실천함으로써 삶의 또 다른 즐거움, 성취감을 맛보아야겠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알게 해 준 시 <사람의 됨됨이>가 마음에 참 와닿는 휴일 저녁시간입니다.


 

사람의 됨됨이 / by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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